목록으로
  • 어떤 사서가 될 것인가?

    파주중앙도서관 관장윤명희

사서의 직업사회화 과정

사서는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은 인류문명의 축적된 지적 산물을 사회와 연결해 주는 일이다. 사회의 변화를 읽고, 지식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지식의 각 범주를 나누고 분류하여 필요로 하는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이 일은 세상을 읽는 통찰력과 더불어 사람의 잠재된 요구를 파악하는 섬세한 소통능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서의 이러한 역할을 매우 단순하고 편안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치단체 및 교육청이라는 모기관에 소속된 사서직 공무원은 모기관이 만들어 놓은 수직적 직급체계와 규격화된 평가제도, 다양성이 존중되지 못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사서직 고유의 자율성을 발휘하기 보다는 획일적인 조직문화를 수용하고 내면화시키는데 익숙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어떤 사서들은 내적 동력을 잃고 체념적이고 의욕이 없는 월급쟁이로 안주하기도 하고, 어떤 사서들은 혼자서라도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 조직내외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사서로서 신념을 확고히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서들은 조직 내 승진에 유리한 처세술을 체득하여 조직 내 권한을 확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서들은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성실함 또는 자존심으로 하루 하루를 지탱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서들은 모든 일에 회의적이고 비판적 자세로 일관하여 조직 내 동력까지 훼손해 버리기도 한다.

어떤 유형이든 대부분의 사서들은 ‘공무원’이라는 조직정체성과 ‘사서’라는 직업정체성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으면서 직업생활을 수행한다. 또한 한결같이 사서에 대한 주변의 몰인식과 몰이해를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업무를 폄하하거나, 답답해하면서 사서라는 직업정체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한다.

2019년 말, 불어 닥친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에 가져다 준 변화는 실로 엄청나다. 이전의 어떠한 재난시기에도 문을 열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했던 때와 다르게 코로나 사태는 도서관 문을 일시에 닫게 해버렸다. 밀도 높은 지역 관계망 구축을 강조해 왔던 도서관들은 사상 초유의 비대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게다가 압축된 산업화와 기술혁명의 과정에서 야기된 기후위기와 생태변화, 저출산과 고령화, 혐오사회 등의 사회문제는 점점 가파르게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사서는 어떻게 이 시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런 시대를 살아내는 사서들은 과연 어떤 유형의 사서가 되어야 할까?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도서관의 발전은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실천하는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진다. 도서관과 사서의 발전을 조금이라도 원한다면 스스로 ‘나는 어떤 사서가 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자문해 봐야 할 때이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도서관의 역할

사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하는 환경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은 해방이후 현재까지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많이 인식되어왔다.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와 2000년대 초반 주 5일제 실시는 국민의 여가와 문화생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도서관은 누구나에게 열려 있는 독서와 문화생활의 중심이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평생학습기관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이후 민선 4, 5, 6기를 거치면서 주민의 삶의 질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도서관은 지역사회에서 읽고 쓰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일상의 공동체를 만드는 커뮤니티센터로서 성장하였고 축적된 자료에 기반하여 자발적 학습이 일어나고 이웃과의 소통과 교류를 촉진하여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드는 핵심기관으로 성장하였다.

2019년에 발표된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에서는 ‘내 삶을 바꾸는 도서관’이라는 비전을 설정하여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도서관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람에 대한 포용성, 정보의 민주성, 공간의 혁신성이라는 3가지 핵심가치로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앞으로 5년간의 도서관 역할과 실천과제를 천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의 장기화로 그간 양적으로 증가한 수많은 도서관들의 문이 닫히면서 도서관 역할에 대해 다시 묻기 시작했다. 도서관은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바뀐 상황 속에서 도서관이 무엇을 하고 어떤 역할로 그 가치와 영향을 증명해 내야 하는지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 도서관은 재난상황에서 도서관이 안전하고 신뢰받는 공간이면서도 미래 사회에서도 유의미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치열하게 모색해야 할 때이다.

먼저, 각종 공공기관이 문을 닫고 있는 지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돌봄의 역할을 해야한다. 도서관이 보유한 공간과 자료, 인력을 활용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배우고 익히면서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어야 한다.

또한 비대면 시대에도 여전히 소중한 관계와 공동체 형성을 위해 소통과 교류를 위한 제3의 공간이 되어야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자발적 시민들이 만나고 어우러져 다양한 시도와 긍정의 기운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되어야 하고, 사람중심의 문명을 만들어가기 위한 지식플랫폼으로 역할해야 한다.

기술혁명으로 급격히 강화될 정보격차와 디지털 격차로 인해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복지, 일자리, 경제활동, 건강, 금융, 생활문화, 환경과 같은 생활정보에서 촘촘한 정보망을 구축하여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탈근대, 탈자본, 생태전환의 시대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공공재로서 누구나에게 열려 있는 자유로운 공간으로서 도서관 역할이 살아나게 해야 한다.

도서관의 변화를 만들어 낼 사서의 역할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이전 세상의 잣대로 전혀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라고 한다. 이전의 데이터와 이전의 수요와 요구로 대응해 나갈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세상이라고 한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정보이다. 정보는 모르지만 알아야 하는 것이고 정보문제는 정보를 얻는 데 나타나는 문제이다. 이때 정보문제는 개인의 지식과 환경에 따라 다르다.

불확실한 시대에 사람들이 처하게 될 정보문제는 더욱 다양해 질 것이다. 그러므로 사서가 수행하는 정보서비스는 더욱 개인화(customizing)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연령별, 계층별 서비스와 같은 세분화(segmentation)에서 더 나아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정보문제에 보다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1:1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지역주민 누구도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관계망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그것을 활용해 지역의 정보 큐레이터로서 시민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적극적 레퍼런스를 하는 일 모두를 포함한다. 이는 공공성을 실현하는 능동적 활동이며 포용의 가치를 실현하는 실천이다. 사람들의 요구를 읽고 대응하는 공감과 상호작용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쉽게 기계화되기 어려운 영역이다.

사서가 이런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직장이 주는 안이함에 익숙해져 예전의 방식과 사고로 점철된 조직문화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언제까지 관료제 탓만 하고 모기관의 평가 잣대와 왜곡된 방향에 휘둘려 무기력하게 세월만 보낼 수는 없다. 한 명 한 명의 사서가 할 수 있는 자율성과 책임을 확대하여 사서가 시민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도서관내에서 수행하는 자료수집에서 정보서비스에 이르는 직·간접 서비스의 전 과정이 동료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협업의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혁명의 혜택을 도서관 업무에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을 도서관 서비스에 적극 도입하여 정보서비스와 조직관리에 활용해야 한다. 사서의 감과 촉으로 해왔던 일련의 일들에 데이터 기반의 객관성을 확보해 주고, 도서관 조직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에서 정책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것까지 기술의 유용성을 적극 활용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도서관 서비스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단위 도서관의 실천이 보다 광범위한 여러 층위의 협업과 연대를 통해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도록 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각 단위마다의 이견을 조정하고 하나의 아젠다를 설정하여 도서관이 국가 문제 해결에 주요한 교두보가 될 수 있음을 실천을 통해 알려나가야 한다.

사서의 역할 수행에서 갖춰야 할 태도

사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단지 선언이나 구호에 불과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어떤 사서로부터 서비스를 받느냐에 따라 사서에 대한 인식은 달라질 것이다. 도서관의 가치와 철학을 내면화하고 신념과 소명의식을 갖추고 지식과 능력을 겸비한 사서로부터 서비스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서에 대한 몰인식은 극복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녀야 할 태도와 능력, 실천행위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도서관계와 도서관 조직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먼저, 사서들이 갖춰야 할 태도 측면에서 필요한 3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여 해야 할 다양한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나 막연함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더 나은 도서관을 만들고자 하는 절실함이 필요하다. 이것은 현재에 대한 답답함이 클수록 문제의식이 높을수록 커질 수 있다. 도서관 업무는 그 특성상 일상적인 업무들이 많고 자잘한 변화와 시도가 잘 드러나지 않거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므로 조직의 리더는 도서관 업무의 이런 특성을 잘 살펴서 현재의 문제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지를 수시로 질문해야 한다. 질문을 통해 사서들이 스스로 부족한 것을 찾고 해결에 이르는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성적으로 일상의 업무를 다루도록 방치하지 말고 자기고민을 가지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서가 그렇게 문제의식이 커질수록 조직변화에의 절실함은 커질 수 있다.

둘째, 변화에의 절실함이 있다면, 그 다음에는 집요함이 필요하다. 관성화된 조직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 중의 하나는 “예전에 해 봤는데, 그거 안 되더라” 라는 말이다. 이것은 시작도 해 보기 전에 실천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말이다. 모든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관료조직에서의 변화는 매우 더디고 오래 걸린다. 순환 보직에 있다 보면 무언가 시도해 보기도 전에 업무가 바뀌기도 한다. 그러므로 전문직적 속성을 가진 보직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그 보직을 유지해 주는 시스템의 보완도 병행되어야 한다. 어떤 일이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여러 가지 장벽에 쉽게 굴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임하면 원하는 변화는 이루어진다. 이 때의 변화는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적 변화, 즉 도서관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집요하게 획득해야 할 것들에 관한 것이다. 한 두 번 해 봤더니 안 되더라가 아니라 될 때까지 대를 이어 해 보려는 정신이 있어야 단 일보의 진전을 거둘 수 있다. 요즘에는 이렇게 집요한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원하는 변화를 이룩할 수 있고, 그런 의지와 노력은 모기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왜 하고자 하는지 알려가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과 여론의 지지 없이 존재하는 집요함은 자칫 외곬수가 될 수도 있다.

셋째, 치열함이 필요하다. 현장의 힘은 구체성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집요하게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 다음에는 구체적이고 치밀한 논리와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이용자와의 만남과 교류에서 드러났던 문제와 내부 시스템상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가능한다. 그리고 인지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용을 갖추었다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 이 때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하지 않아도 될 구실만을 만들게 된다. 실행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겪고 주변의 비판도 받으면서 맷집도 생기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다. 실행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지는 자세이다.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변명이 많다.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치밀한 계획과 실천전략, 구체성에 기반한 주도 면밀함이 있어야 작은 것 하나라도 성공할 수 있다.

사서의 역할 수행에서 갖춰야 할 역량

변화에의 절실함과 될 때까지 해 보는 집요함과 목표를 이루려는 치열함이 있다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필요한 능력을 살피게 된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은 현장에서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갱신되어야 한다. 평생 동안 배우려는 자세는 전문성의 중요한 속성이다.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려는 태도가 사서를 성장시킨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사서들이 갖춰야 할 능력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능력이다. 사람들과 긍정적으로 교류하고, 이용자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교감하며, 지역사회의 개인이나 단체와 협력하면서 도서관이 하고자 하는 일을 내외부에 알리고 설득하고 함께 하는 능력, 이 모든 것은 바로 원활한 소통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특히 사서라는 직업을 잘 모르고 사서직렬과 같은 소수직렬의 그룹일수록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함께 하려는 소통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소통능력과 더불어 중요한 능력은 함께 하는 협업능력이다. 자신이 조직에서 인지한 문제를 전체로 공론화하고 조직 내·외부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해결해 가는 능력이다. 관료조직은 각각의 업무에 대해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지만, 도서관 조직은 각각의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만이 비로소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조직 속에서 자신의 업무와 역할을 명확히 인식할 줄 알아야 하고, 지금 내가 하는 업무가 조직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각각의 업무가 왜 필요한지를 알게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이것은 조직내부의 지원과 협력을 토대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고 연계하여 필요한 공동체를 조직하고 다양한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발휘하여 도서관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시민 그룹과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소통능력과 협업능력은 사서의 지식과 리터러시 능력을 동반하여야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도서관에 대한 철학과 지식, 정책, 법, 제도, 정책적 지식, 지역사회에 대한 지식, 인문·사회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변화하는 환경에서의 다양한 매체를 읽고 쓰고 사용할 줄 아는 리터러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미 우리가 다루는 매체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다. 다양한 형태의 매체를 읽고 쓰고 다룰 줄 알아야 다양한 그룹과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다. 언텍트와 비대면 시대에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은 더욱 필요한 능력이 되었다. 더불어 문화와 예술, 과학 등 정보원이 될 각종 자료에 대한 지식과 정보기술을 습득하여 각 분야별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사서들이 이와 같은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문헌정보학 교과과정에서부터 현장에서의 경험, 조직적 교육과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각자 자신의 개인적 삶을 영위하면서 도서관 역할을 수행하는 사서로서 절망하지 않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조직이 개인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여 부합하는 업무를 부여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장의 리더십과 역량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도서관의 가치를 내면화하여 스스로의 자기발전 동력으로 만들려는 사서 개개인의 노력도 동시에 중요하다.

함께 만들어갈 사서들의 실천지침

관료조직 내에서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사서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중심의 조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사서라면 누구나 책(자료)을 읽어야 하고, 이용자를 만나도록 업무를 분장하는 것이 좋다. 자료와 이용자 두 가지 요소에 대해서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야한다. 그런 기본적 조직시스템을 갖추면서 사서들이 다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실천지침을 4가지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읽어야 한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시대를 읽고 사회를 읽고 변화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지역사회 요구와 시정의 요구를 읽고 시민의 정보요구를 읽어야 한다. 사서가 여전히 정보서비스에 자신 없어 하는 이유는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에게 자료를 추천해 주고 안내해 줘야 한다는 역할에 대한 부담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의도적으로 정보서비스 업무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기 보다는 이용자의 질문이 없다거나 다른 행정 업무 수행하느라 바쁘다거나 인력이 부족해서 정보서비스를 못한다고 핑계를 대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직은 사서라면 누구라도 책을 읽어야 일을 할 수 있도록 업무 분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사서가 책을 읽고 추천해 주는 직업으로의 유용성에서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큐레이션을 통해 주마다 달마다 주제를 정하고 해당 시기에 이용자 요구에 부합하는 자료를 찾고 읽게 하는 것이다. 사서 스스로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읽기도 하고 업무에서 요구되는 자료를 읽으면서 일상에서의 읽기가 계속 될 때, 축적된 정보는 사서의 정보서비스 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만나야 한다. 사서의 가장 기본적 역할은 축적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연결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있는 곳에 사서가 있어야 한다. 방문이용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사무실보다는 자료실에 있어야 하고, 잠재이용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도서관 안이 아니라 밖으로 지역사회 속으로 나가야 한다.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단체를 만나고 활동을 알기 위해서, 누가 정보사각지대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 누구도 도서관 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사서는 도서관 밖으로 지역사회 속에서 가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언텍트 시대에는 온라인 만남도 중요하다. 다양한 소통 채널을 가동하여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만들고 참여해야 한다. 사람들속에서 사람들과의 밀도 높은 관계를 통해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잠재된 정보요구를 읽고 사람들에 대한 프로필 정보가 많이 축적될수록 섬세한 정보서비스가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자료를 읽고 사람들과 만나서 얻어진 정보들은 기록되어야 한다. 도서관의 자원과 이용자의 요구를 연결했던 경험은 기록해야 한다. 기록되지 않으면 인계되지 않고 지속될 수 없다. 기록된 것만 기억될 수 있고 축적될 수 있다. 기록을 축적하여 일관된 것이 발견될 때 매뉴얼은 만들어진다. 정보서비스 경험의 기록, 도서관 활동의 기록은 사서들이 세대를 이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만들어 갈 토대가 될 것이다.

넷째, 이 모든 것은 공유해야 한다. 경쟁보다는 공유하고 협력하여 도서관 역할 달성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시민들에게도 정보를 공개하여 준비된 것과 부족한 것을 공유해야 한다. 진정한 거버넌스는 정보공유에서 시작될 수 있다. 시민을 민원인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과제해결의 파트너로 생각해서 함께 할 때, 상호신뢰는 두터워지고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의 자리매김도 더욱 단단해 질 것이다.

사서의 선택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점점 유능해지는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 한다. 사서 역시 일자리 지각변동에서 예외일 수 없다. 각종 보고서에는 앞으로 사라질 확률이 높은 직업으로 심심치 않게 사서가 등장한다. 사서의 직무 중 78%는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1). 사서직의 배타적 관할영역으로 여겨졌던 도서관은 최근 그 이용률이 점점 감소하고 있고, 국민 독서율 또한 매년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사상초유의 코로나 사태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장점마저 앗아갔다. 기술혁명이 몰고 올 변화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훨씬 빠르게 우리 앞에 다가왔다. 세상은 도서관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지만, 사서만이 도서관 발전의 핵심인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러한 때, 우리는 어떤 사서가 될 것인가? 다시 한 번 진지한 성찰의 자세로 각자의 역할을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사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