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역사를 문화유산과
인물을 통해서 알아봅니다.
거모동 사미마을 뒤에 옥녀봉(玉女峯)이 있다. 그 옥녀봉을 넘어가는 고개 동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그 바위를 '굴렁바위'라고들 불러왔다. . 언제부터인가 이 고개를 넘으려고 이 산길을 들어선 가마꾼들이 이 굴렁바위 곁에까지 다다르면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가 않고 그 자리에 꽉 달라붙었다 한다. 가마가 제대로 지나가지 못하고, 더구나 상여를 맨 상여꾼들이 지나가려면 그 강도가 매우 굳어서 감히 상여꾼들은 겁을 먹고 아예 그 길로 들어서지도 못하였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담력이 센 가마꾼들이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오는 줄 알면서도 자기의 담력만 믿고 이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역시 그들도 이 굴렁바위 곁에 와서는 꼼짝을 못하였다. 가마꾼들은 기를 쓰고 발을 떼려 하였지만 허사였다. 그때 그 가마 안에 타고 있던 어느 대감집 마님이 가마를 내려놓고 점심밥을 가져오라고 했다. 얼마 후 점심으로 차려가지고 왔던 음식을 굴렁바위 위에 나란히 진설하였다. 그러고는, "얘들아! 너희들이 이 바위 앞에서 꿇어 엎드리어 사죄하고 '변변치 않은 것이나마 맛있게 드시라'고 말하여라." 라고 가마꾼들에게 일렀다. 가마꾼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어서 그대로 시행하였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자 발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가마꾼이 연유를 묻자, 그 마님은 바위에 난 발자국들 중에 범위 발자국이 많았는데, 이것은 범의 혼이 엉겨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범의 허기를 채워주어 노여움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답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로는 이 이야기가 퍼져 이 고개의 굴렁바위 곁을 지나는 가마는 제를 올렸고, 상여도 가마꾼보다는 보다 거창하게 제를 올리면 무사히 그 곁을 지나가게 되었다 한다. 얼마 전까지도 이 길목에서는 굴렁바위제가 심심치 않게 치러졌었는데, 근자에는 이 옥녀봉 근처에 군사기지가 생기고 길도 넓혀지고 그 굴렁바위도 어디쯤 뒹굴어져 있는지 행방을 알 수 없게 되면서부터 이 굴렁바위의 이야기도 전설로만 남아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