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역사를 문화유산과
인물을 통해서 알아봅니다.
이천보는 조선 영조때 영의정을 지낸 사람으로 영의정을 지낼 때 가끔씩 까막소를 타고 하인과 함께 거리를 거닐기도 하였다. 그는 가마행렬을 이끌고 다니지 않고 까막소에 몸을 싣고 하인과 함께 밖으로 볼일을 보러 다니는 것을 즐겼다. 그가 하인과 함께 시조를 읊조리며 거닐고 있는데 그 지방 현감의 나들이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현감의 행렬에 다들 땅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까막소에 웬 노인이 한가롭게 타고 가는 것이 보였다. 현감은 속으로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 노인이 괘씸하여 하인을 시켜 소를 밀어 뜨리니 그 노인은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에 놀란 이천보의 하인이 그 현감에게 따져 물으려 했으나 이천보는 하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 그 후 이 사실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그 현감 귀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현감은 혹시나 하여 이천보 댁에 문안 인사 겸 그 사실을 확인해 보려고 이천보의 집을 찾아갔더니 그 까막소에 탔던 노인이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 것을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한 현감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장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으나 이천보는 냉담할 따름이었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온갖 패물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용서를 빌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며칠 동안 계속하여 이천보의 집 마당에 꿇어 엎드려 용서를 빌었지만 한 번 노한 이천보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그의 실수가 너무 컸다. 그 현감은 나중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집에 돌아와 자신이 지금까지 나라의 녹을 먹으면서 백성을 괴롭힌데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크게 뉘우쳤다고 한다. 그 당시 이천보가 살던 사랑채가 현재도 연하리 반계동에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